영하의 고속도로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km도 줄지 않은 전기차가 있다.

현대 GV90 7인승 22인치다. 상온 고속도로 474km, 저온 고속도로도 474km. 인증값 기준으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같은 차의 도심 주행거리는 529km에서 425km로 104km 줄었다.

같은 차, 같은 추위인데 결과가 갈린다. 겨울 전기차의 주행거리 손실은 “몇 퍼센트”가 아니라 “어디를 달렸는가” 의 문제에 가깝다.

상온 대비 저온 1회충전 주행거리 감소율 중앙값이 도심 -23.5%, 복합 -14.8%, 고속도로 -2.1% 로 도심 쪽이 압도적으로 크며, 승용 41개 모델 전부에서 도심 손실이 고속도로 손실보다 컸다는 것을 보여 주는 막대 그래픽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감소율 중앙값 /제작=트렌스코프

인증 41개 모델, 예외가 없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차를 인증할 때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를 따로 측정해 함께 공개한다.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시스템(KENCIS)에서 차종별로 도심·고속도로·복합 수치를 각각 볼 수 있다.

2026년 7월 13일부터 9월 23일까지 인증된 승용 41개 모델의 값을 전부 확인했다.

구분감소율 중앙값
도심-23.5%
고속도로-2.1%
복합-14.8%

41개 모델 전부 도심 손실이 고속도로 손실보다 컸다. 예외는 없었다.

차종별로 보면 이렇다.

모델도심고속도로복합
벤츠 G580-36.4%-8.0%-25.1%
벤츠 CLA 200-36.1%-6.1%-23.1%
렉서스 RZ500e-34.2%-10.0%-24.8%
벤츠 CLA 250+-33.6%-5.2%-21.1%
기아 EV6 기본형 2WD 개조차 19인치-32.1%-6.0%-22.0%
테슬라 Model Y Premium Long Range AWD-22.8%-1.6%-13.8%
현대 GV90 7인 22인치-19.7%0.0%-11.3%
BYD SEALION 7-11.6%+8.7%-3.3%

KENCIS 전기차 1회충전주행거리 인증현황. 2026년 7~9월 인증분, 상온 대비 저온 감소율. 조회일 2026-09-28.

복합 기준 감소율은 3.3%에서 25.1% 사이로 폭이 넓었다. 반면 도심과 고속도로의 격차는 차종을 가리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나타났다.

겨울에는 도심과 고속의 순서가 뒤집힌다

전기차는 보통 도심 주행거리가 고속도로보다 길다. 저속 구간에서 회생제동으로 전력을 되찾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41개 모델 중 38개가 상온에서 도심 주행거리가 더 길었다.

그런데 저온에서는 이 38개가 하나도 빠짐없이 뒤집혔다. 전부 고속도로 쪽이 더 길어졌다.

벤츠 CLA 250+가 대표적이다.

CLA 250+도심고속도로
상온488km458km
저온324km434km

상온에서는 도심이 30km 길다. 저온에서는 고속도로가 110km 길다. 140km 차이로 자리가 바뀐다.

벤츠 CLA 250+ 의 1회충전 주행거리가 상온에서는 도심 488km 로 고속도로 458km 보다 길지만 저온에서는 도심 324km, 고속도로 434km 로 순서가 뒤바뀐다는 것을 보여 주는 막대 그래픽. 상온에서 도심이 더 길던 38개 모델이 저온에서 38개 모두 뒤집혔다
벤츠 CLA 250+ 상온·저온 주행거리 /제작=트렌스코프

왜 도심이 더 불리한가

여기서부터는 인증값 자체가 아니라 그 값을 해석한 내용이다.

난방은 주행 속도와 관계없이 전력을 쓴다. 고속도로에서 한 시간을 달리든 도심에서 한 시간을 서다 가다 하든, 히터가 쓰는 에너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는 그 한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다. 도심에서는 같은 난방 전력으로 훨씬 짧은 거리를 간다. 1km당 난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저온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회생제동으로 되찾는 전력도 함께 줄어든다. 상온에서 도심을 유리하게 만들던 조건이, 난방이 붙는 순간 그대로 불리한 조건이 된다.

실제 도로 측정에서도 비슷한 폭

인증값은 실험실 수치다. 실제 주행에서는 어떨까.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1월 발표한 시험평가 결과다. 상온 18도, 저온 영하 1도에서 실제 주행 가능 거리를 측정했다.

차종상온(18℃)저온(-1℃)감소율
기아 EV6 롱레인지 4WD451km352km-22.0%
현대 아이오닉5 롱레인지 AWD435km332km-23.7%
테슬라 Model 3 Long Range AWD520km451km-13.3%

한국소비자원, 2025년 1월. 시험차량은 2022~2023년 제조분.

실측 감소율 13~24%는 인증값 범위와 대체로 겹친다. 시험 조건과 차량 연식이 다른데도 비슷한 폭이 나왔다.

그래서 내 차는 정상인가

정리하면 이렇다.

복합 기준 15% 안팎으로 줄어드는 것은 인증값과 실측이 함께 가리키는 범위다.

도심 위주로 탄다면 25~35% 줄어도 이상하지 않다. 41개 모델의 도심 감소율 중앙값이 23.5%였다.

고속도로 위주라면 겨울에도 5% 안쪽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아예 줄지 않는 모델도 있었다.

즉 감소율 숫자 하나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같은 차라도 출퇴근 구간이 도심이냐 고속도로냐에 따라 체감이 크게 갈린다.

내 차의 인증값은 KENCIS에서 차명으로 조회할 수 있다. 상온과 저온이 도심·고속도로·복합으로 나뉘어 있으므로, 자기 주행 패턴에 해당하는 칸끼리 비교하는 것이 맞다.

다만 모든 차종에 값이 채워져 있지는 않다. 확인해 보면 주행거리 칸이 비어 있는 모델도 적지 않다.

주요 8개 모델의 상온 대비 저온 도심 감소율을 벤츠 G580 -36.4% 부터 BYD SEALION 7 -11.6% 까지 막대로 견주고, 같은 모델의 고속도로 감소율을 -8.0% 에서 +8.7% 까지 오른쪽에 나란히 적은 그래픽
주요 8개 모델 도심·고속도로 감소율 /제작=트렌스코프